붕붕드론 : 자격증 단상

2017. 8. 2. 01:22SM9 소개/News & People

드론이 뜨고 있지만, 수많은 갈림길 앞에 도착했을 뿐 산업의 청사진은 아직까지 모호하다. 교육시장은 드론이란 이름하에 취업이나 성공과 연결하는 홍보(?)가 과열되면서 개인의 스펙 쌓기로 전락하는 듯한 느낌이다. 매우 단순화 시켜서 생각해보면 '드론자격증'은 그 자체만으로 직접적인 취업이나 성공으로 연결될 확률이 낮다. 왜냐고? 실제 현장에서는 조종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조종'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현장을 모른다면, 드론자격증이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드론자격증은, 민간단체와 국가자격을 막론하고 단지 시험코스를 마친 증명에 불과하다. 마치 취업이나 승진, 사업성공이 보장되는 것 같은 미사여구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엮이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작용이란 결국 '돈'이다. 한동안 큰 변화가 없던 교육비용이 최근 1년 동안 10~15%쯤 올랐다가, 어느 교육기관이 더 많은 교육생을 유치하려고 가격을 내리자 자의반 타의반 가격경쟁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교육비는 조금 내려간 상태로 파도타기를 하는 중이지만, 그 틈을 타서 사설/무자격 업체도 재미를 본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기다. 지정교육기관 중 FM대로 진행하는 교육기관에 몰리지 않고, 살짝 사정(?)을 봐주는 곳-사설업체/(알고 보면)무자격 업체에 줄을 선다. 조종기를 쥐는 순간 항공안전의 한 부분에 포함됨을 알고 있다면, 자격증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이 그런 곳으로 많이 몰려서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과열이라고 할 정도로 대기자가 몰린 지금의 드론교육시장, 원인 역시 간단하다. 내용보다는 포장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의 고질병, '스펙' 때문이다. 특히 취업과 관련해서 한국사회가 워낙 그 놈의 스펙을 따지고 있으니, 스펙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드론자격증은 취업의 수단으로 들어왔다.

따지고 보면, 사업을 할 요량이 아니면서, 그 마저도 12kg이상 상대할 일이 없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과열 중인 자격증 취득에 그토록 함몰될 이유는 없다. 물론 일을 주는 입장에서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실력보다, 자격증이 있는 사람한테 마음이 가기 마련이니, 무형의 효과(?)를 위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하나의 생존전략'임에는 틀림없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설사 시험에서 떨어지더라도) 무인기 조종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그것을 발판삼아 더 나은 조종자가 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 경우가 몇이나 있을까?

어떤 방향에서든 '경제적인 이득이 목적'이고, '드론을 장르로 선택'했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 중에 자격증'을 넣었다면 판단과 결정은 합리적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무인기를 얇은 자격증 두께만큼 밖에 모르면서 마치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해 앞뒤 없이 설치다가 사고에 휘말리는 일이다. 99번 무사하다가도 100번째에 사고가 나면, 사고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99번 중에는 '운'도 있었을 테지만, 안전을 위해 노력했던 고생은 누가 먼저 인정해주지 않고 지나간다.

드론의 활용가치와 분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됨은 당연하다. 드론산업계는 10년쯤 후면 개인모빌리티로서 유인비행체가 본격적인 도입단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무인자동화가 목표인 무인기 시장은 오히려 정밀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인기 시장으로 변해갈 것이다.

무인기로 전신주를 점검한다거나, 농약을 뿌리거나, 배송을 하거나... 다양한 분야를 무인기로 대체하면 끝인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은 직접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람이 올라타서 높은 정밀도로 직접 배달하고, 직접 씨를 뿌리고, 직접 전신주를 점검해서 만족을 느끼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때쯤이면 무인기는 더 높은 곳으로 활동영역을 바꾸고 있을 테니, 시대를 읽지 못하고 그저 자격증에만 묶인 사람들은 또 따라가기에 바쁠 뿐이다. 그래서 드론산업에 미래를 걸고 싶다면 자격증이 아니라 통찰력을 먼저 가지라고 권한다.

현재 국내에서 드론자격증 취득자 수는 5000명 선에 다다른 것으로 통계가 잡힌다. 드론자격증을 따고, 교관을 거치고, 평가관이 되면 순식간에 떼돈을 번다고 믿는 사람부터, 농약 한번 치면 수백만원을 번다고 믿는 사람들, 드론자격증만 있으면 '방과 후 교실' 시장에 들어가기 쉽고, 곧이어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불러줄 것으로 믿는 사람들 등이 5000명 쯤 된다는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그 많은 자격증 소지자 중에 누가 떼돈을 벌고 있는지? 업계에 발을 디딘지 오래된 상위 몇%쯤은 그간의 노력이 만들어준 합당한 보상을 받겠지만, 자격증 소지자의 90%는 자기만족만 느끼는 선에서 머물러 있거나, 취득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는 상태다. 즉, 자격증 자체는 어떤 장르를 상대하는데 일차적이면서 최종목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 넓게 더 멀리 해당 산업을 먼저 알아야 된다. 그래야만 드론을 어떻게 상대할지 답이 보인다.

드론자격증은 합격과 동시에 고난도 비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의 종이가 아니다. 최근의 드론자격증 시험이 예전보다 조금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마음에선 더 어려워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능관점의 반복 숙달이 무인기 조종, 항공운항, 항공안전과 그다지 맥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론자격증과 관련해서 보다 엄격한 제도는 필수다. 무인기와 관련된 국내 항공법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다. 현시점에서 제도만 놓고 보자면 한국의 무인기관련 법수준은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드론산업의 확장성과 유연함을 제공하기 위해 법이 먼저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당연히 자격증 관련내용도 그 안에 포함된다.

'쉬울 때 따놓자'는 얄팍한 마음으로 자격증을 상대해봐야 후유증이 곧 온다. 방송시장에 나가고 싶어서 드론자격증을 따러 왔다는 누군가를 만났다. 방송에 대해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없단다. 그럼 어떻게 일을 시작할 거냐고 또 물었다. '자격증만 따면 요즘 드론 많이 사용하니 취업이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방송이 적성에 맞냐고 또 물었다.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른단다.

드론자격증 만으로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봐야 참견내지는 잔소리로 들릴 것이 뻔해서 대화를 접었다. 직접 겪으면서 깨닫기를 기대할 뿐이다.

방송이나 매체에서 드론을 잡고 싶다면 방송과 매체를 먼저 알아야 된다. 소방현장에서 드론을 적용하려면 소방을 먼저 알아야 된다. 조금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기본적인 조종교육에 불과한 드론자격증은 그저 드론에 전원을 넣을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이 나가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이 없으면 드론자격증은 스펙의 한 줄에서 끝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습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