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드론 : 그대 이름은 바람

2017. 8. 2. 01:19SM9 소개/News & People

요 며칠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비행은 원활하게 잘 돌아갔다. 덥니 마니 해도 따지고 보면 추운 것 보다는 낫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일기예보가 '최소한!' 절반의 확률로만 맞아주면 좋겠다. 일기예보에 절반의 확률을 바라는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뭐 어쩌겠나...기상청 슈퍼컴퓨터보다 오래 전에 다쳤던 팔이 더 정확하니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인기현장은 보기와는 달리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3D업종에 속한다. 속편한 사람들이야 가만히 서서 조종'이나' 하는 편한 일로 생각하겠지만, 취미가 아닌 일이 되는 순간 감춰졌던 앞과 뒤가 나타나면서 몸이 매우 고단한 일로 바뀐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당연한 부분이다.

날아다닐 때나 '드론'인 기체를 누군가는 '이고 지고' 가져와야 되고, 여분의 배터리와 각종 장비는 그대로 짐이 된다. 비행이 끝나면 그 많은 짐을 다시 챙겨서 복귀하고, 필요한 정비와 충전을 마치면 데이터 백업이 기다린다. 각종 로그와 일지를 작성하고 한 숨 돌리는데 까지 한참이 걸린다. 한 번이든 백번이든 비행을 위해서 겪는 일의 종류와 시간은 똑같다. 이런 날이 반복될 때, 한 번씩 기운을 쭉쭉 빼는 요소가 등장하는데 바로 '바람'과 '비' 그리고 '엉터리 예보'다. 

기상청은 나름대로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만, 장마를 겪는 요즘은 기상청 존재의 이유에 대해 부쩍 의심이 든다. 비가 온다고 해서 일정을 취소하면 거짓말한 사람이 되고, 날이 좋다고 해서 일정을 진행하면 꼭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온다. 최근 들어서 유일하게 들어맞는 예보는 폭염일뿐 비행에 중요한 풍향/풍속, 시정, 구름은 없는 데이터나 마찬가지다. 

일기'예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중계'라도 정확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연신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기상청의 실시간 상황은 '흐림'이고, 초속 1~2미터 바람이 분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초속 5미터를 넘는 바람이 한참 전부터 불고 있다. 설마 초속 3미터 차이가 오차범위일리 없다. 

답답한 마음에 '그나마 정확하다'는 항공기상청 정보에 접속하지만 공항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라 해당 지역과 먼 곳에는 효용가치가 적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과 레이더 정보를 그간의 경험치에 빗대서 참조하는 것도 여유 있을 때의 일이지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한계가 있다. 그걸 해석하고 있을 시간에 일본 기상청에 접속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기상에 대한 드론의 비행조건은 일반항공기보다 취약하다. 기상정보는 드론운용 여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요소라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수록 비행안정성과 임무완성도가 높아진다. 특히 배터리 상태는 혹한기도 문제지만, 혹서기도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다. 

드론산업 활성화 범주에서 보자면, 산업현장의 드론운용에 필요한 '특화된' 기상정보서비스는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의 현실은 일반적인 날씨정보를 참고 하거나, 조종자의 경험치 혹은 날수 있을 때까지 날리다가 철수시키는 원시적인 상황이다. 드론운용에 필요한 기상정보를 매끄럽게 사용할 수 있다면 현장의 프로세스도 영향을 받는다.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을 만큼 정확한 기상정보라면, 그 데이터를 사용한 운용계획은 당연히 효율성과 정확성이 보장된다. 자연스럽게 기상변수로 인한 사고예방 효과도 커진다. 

드론운용에 일차적인 기상요소는 바람, 비, 시정이다. 지상풍속 데이터만 가지고서는 100미터 상공의 바람까지 믿기 어렵다. 특히 해상운용 조건이 주어지면 일반적인 기상데이터는 별 쓸모없다. 같은 풍속이라도 육풍과 해풍의 특징이 미묘하게 다르다. 기체의 기압센서도 그런 차이에 노출된다. FC가 고도를 결정하는 2중, 3중의 프레임워크가 존재하지만 간혹 기압센서가 측정한 값이 엉뚱한 값으로 보정(함수논리 자체는 정상적이지만)되면서 조종하지도 않았는데 기체가 급강하, 급상승으로 반응하는 일이 일어난다. 기체 입장에서는 몇 미터 안 되는 기동이지만, 조종자 입장에서는 비정상기동으로 보여서 당황하게 된다. 

현재 정부와 민간업체가 배포한 드론앱에서 제공되는 날씨정보는 기상청 데이터를 사용한다. 안타깝게도 같은 정보라서 정확성도 같다. 드론산업 현장은 '어쩌다 잘 맞는 정교한 정보'보다, 정밀하지 않더라도 평균적으로 쓸 만한 정보가 필요하다. 기상정보의 전체 수준을 높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잘 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불평을 접어두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은 기상청 문을 두드리고 싶을 만큼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펄럭이는 깃발을 보면 이륙을 시키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나부낀다. 디스플레이에 '바람이 강하니 조심해라'는 경고가 뜨면 그때부터 착륙할 때까지 가슴이 콩닥거린다. 심장병 예방에는 탁월하겠으나, 절대 수명은 줄어드는 기분이다. 이제는 그런 스릴을 그대로 인정하는 상태가 된 것 같아서 한편으론 뿌듯하지만, 내심 '그만큼 무뎌지진 않을까'를 걱정한다. 

오늘은 오후 나절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드세져서 기체를 착륙시켰다. 현장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일찍 철수했다. 철수하는 과정에서 예보를 다시 확인했다. 비가 계속 내린다고 되어 있는데, 정작 빗방울은 점점 사라지는 중이다. 날씨정보가 '다시 되돌아 가야되나'를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판단에 미련을 두지 않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밀려있는 잡무가 손을 흔든다. 호랑이를 피하면 사자를 만난다고, 이러나저러나 '골치총량'은 동일하다. 도대체 '비올 확률 30~70%'는 비가 온다는 말인가, 안 온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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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