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드론 : 드론산업 미래...'미디어 접목'에 달렸다

2017. 6. 6. 16:25SM9 소개/News & People




DJI에서 끝내주는 미니드론이 나왔다. 현존하는 비전기술을 다 담은 듯한데 가격경쟁력까지 있으니 세계적으로 얼마나 팔릴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작년에 '매빅미니'가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단지 체급을 줄인 정도에서 상품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귀뜸도 함께 들었다. 이래저래 세계의 드론산업계는 또 다시 DJI와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5월 15일, 대부분의 드론유저가 스파크를 기다리고 있을 때 정작 드론산업계가 진지하게 주목해야 될 내용이 떴지만, 회자되지도 않고 사라진 소식이 있다. 바로 DJI의 미디어플랫폼 진출에 대한 내용이다. 

방송채널이 아니라서 주목받지 못했는지 몰라도, 조금만 눈치 있는 사람들에겐 대단한 소식이었다. DJI는 스마트TV앱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나 이것은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최종적으로는 거대 미디어플랫폼을 꿈꾸고 있음이 자명하다. 

기준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정유산업에 이어 두 번째다. 인터넷을 통한 멀티플랫폼 확장이 미디어산업의 공식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드론회사(?)가 미디어 시장으로 진입한다'고 신호탄을 쏜 이상 따라가는데 집중하고 있는 국내 드론산업계도 방향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DJI가 소식을 전 첫줄이 <Bringing High-Quality Aerial Content To More Homes Around the World>다. 수단은 항공콘텐츠, 범위는 전 세계다. 드론회사(?)가 드론과 상관없는 영상장치를 미친 듯이 만들어낸 이유도 일정부분 여기에 있다. 


DJI를 평가절하 하는 입장은 매번 '군수용/특수용 시장이 민수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이유를 들어 그들의 행보에 관심 없는 것처럼 말한다. 미안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군수용 무인기 시장도 미디어 시장규모에 비하면 작다. 

2015년 맥킨지가 '일부' 대륙의 대표미디어만 대상으로 분석한 미디어시장 규모만 해도 우리돈 2400조원이 넘는다. 2016년 리포트링크를 통해 밝혀진 '전체' 글로벌 군용무인기시장 규모는 10조 2000억원, 현재의 성장률을 감안할 때 2026년에 16조4400억원이 된다. 숫자만 봐도 어떤 시장에 발판을 만드는지 차이가 나도 엄청나게 난다. 

일단 DJI의 미디어시장 진출은 전통적인 매체를 건너뛰고 부담이 적은 스마트TV(앱)에서 시작한다. 짐작할 필요도 없이 스마트TV에서 어느 정도 성장발판을 마련하면 케이블TV-인터넷채널-위성방송으로 확장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제조업기반의 기체제작에서 빠져나오질 못할 때 글로벌 드론산업은 미디어와 결합한 전형적인 하이브리드산업으로 변모하지 싶다. 

한국 드론산업계는 새로운 시각과 방향성이 필요한 위기를 맞이했지만, 지금이 위기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오직 '센서덩어리' 스파크를 부러워하고, 쫒아갈수록 벌어지는 격차에 안타까움만 쌓고 있다. 특수시장, 군용시장을 외치지만 전통의 강호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은 가만히 있나? 

미디어를 어중간하게 알아서 혹은 너무 몰라서 미디어 시장을 우습게 보는 시각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적폐'라고 지칭해도 무방하다. 그들은 드론과 미디어가 전혀 별개의 세상
이라고 단정하고 드론과 미디어가 결합해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교집합 부분을 축소지향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면서 국내 업체나 연구소는 '좋은 기술이나 기체를 개발했지만 홍보채널이 없어서 알리지 못한다'거나 '미디어가 도와주지 않는다'는 앓는 소리만 한다. 만약 드론전문케이블채널이나 전용매체가 있다면 고민거리도 아닌 문제다. 


무인기 시스템의 출중한 능력과 그것을 이용한 솔루션을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발생하는 엄청난 광고효과, 국경을 초월하는 시장확대효과, 미디어산업의 특징이자 수혜인 컨텐츠부가가치창출, 전문인력 고용이 필요한 인력시장확대가 기다리고 있다. 드론산업의 중심이 설계, 제조, 개발을 중심으로 한 엔지니어링 필드에서 끝없이 지속되길 바라는 입장이라면 드론미디어로 재편되는 시장의 방향성이 다소 억울하고 얄밉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생이란 고생은 여기서 다하는데 판은 저쪽에서 벌어지니 충분히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론산업이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접목하려는 노력을 해야지만 미래산업으로 지속가능 하다는 것, 나아가 생존이 보장된다는 점은 꼭 공유됐으면 좋겠다. DJI의 미디어 진입은 스마트TV용 앱에서 시작하지만, 진입전략으로 보자면 상당히 계산적이며 강력하다. 디스플레이만 봤을 때 세계를 재패하고 있는 삼성의 장악력에 한발을 딛고, 콘텐츠로 봤을 때 가장 강력한 생태계를 가진 애플에 또 한발을 딛고 출발한다. 삼성스마트TV플랫폼인 타이젠과 애플TV 양쪽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방향에서든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가능하다. 

'4K급 초고화질 항공컨텐츠를 안방에서 바로 만나볼 수 있다'는 말은 드론에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디어 세상에선 모이는 사람의 수가 곧 돈이자 권력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상해보면, 우리 기술보다 별 볼일 없는 무인기시스템이 어떤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다고 치자, 방송을 본 엔지니어들이 기술의 형편없음을 아무리 소리쳐도 찻잔 속에 태풍일 뿐이다. 세상은 방송을 탄 그 시스템이 대단하다고 인식한다. 저들에겐 그런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플랫폼이 존재하고, 우리에겐 없다면 미래 경쟁이 어떨까? 

지금은 스파크에 열광할 때가 아니다. DJI는 2년 전에 미국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 출연 중인 클로이 베넷을 등장시킨 컨셉티져를 공개한 적이 있다. 그때 클로이 베넷이 작은 기체로 선보인 모션컨트롤, 비전포지셔닝, 오토파일럿 등은 스파크(프로젝트 네임은 '매빅미니')에 대한 힌트였다, 그것도 보란 듯이. 대부분이 가까운 현실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미래의 어떤 것쯤... 그러나 DJI내부에서는 '지금 당장 가능한데, 우리만 알고 있으려니 갑갑하네' 같은 말이 오갔으리라 상상해본다. 

보여준 그대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 주목하면, 당시 컨셉티져의 끝부분이 관건이다. 모터사이클형상의 1인 비행장치를 고생 끝에 만들어내던 소녀! 보여준 것은 곧장 만들고 마는 DJI라면, 그것조차 머지않았음이 느껴진다. 땅과 하늘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의 미디어제작 툴이 DJI제품에 장악되고, 결과물이 선보이는 채널마저 DJI의 세상에서 제어된다면 그 영향력 아래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작년에 부산과 대구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들과 케이블-드론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나눈 적이 있다. 우리야 드론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그 시작이 드론전문채널이 좋겠다는데 이견이 없었지만,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겐 너무 허황된 이야기로 비춰졌는지 투자를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투자유치가 실패한 날, 동료들과 나는 '우리 자본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만들었을 텐데, 능력과 아이디어는 차고 넘치는데 돈이 없네'라는 안타까움을 안주로 삼아 술판을 이어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드론 엔지니어들과 미디어 엔지니어의 시각은 상당히 다르지만 함께 섞이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손에 쥘 수 있는 스파크가 아니라 스파크로 만든 솔루션과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 땅의 드론 산업계를 꿈꿔본다. 

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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